양준혁 선수의 오늘까지의 타율은 .209, 초반임을 감안해도 평소와 비교하면 '형편없다' 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그 이유를 며칠 전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한 가지 실마리를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욕심' 이랄까? 데이터상으로 말하자면 볼넷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양준혁 선수는 자타공인 최고의 선구안을 갖고 있다. 모 해설자는 '세계 최고의 선구안' 을 갖고 있다고 말할 만큼 그의 선구안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음의 데이터가 이를 말해준다.
| 순위 | 이름 | 팀 | 연도 | 타석 | 볼넷 | 볼넷/타석 |
| 1 | 양준혁 | 삼성 | 15 | 7867 | 1141 | 0.145036227 |
| 2 | 김기태 | 쌍방울 | 15 | 6003 | 948 | 0.157921039 |
| 3 | 장종훈 | 한화 | 19 | 7374 | 866 | 0.117439653 |
| 4 | 박경완 | SK | 17 | 6178 | 845 | 0.136775656 |
| 5 | 전준호 | 현대 | 17 | 7730 | 822 | 0.106338939 |
| 6 | 장성호 | KIA | 12 | 6025 | 770 | 0.12780083 |
| 7 | 심정수 | 현대 | 14 | 5870 | 757 | 0.128960818 |
| 8 | 김재현 | LG | 13 | 5804 | 755 | 0.130082702 |
| 9 | 홍현우 | 해태 | 16 | 5780 | 752 | 0.130103806 |
| 10 | 박재홍 | 현대 | 12 | 5763 | 709 | 0.123026202 |
1982년~2007년의 통산 데이터에서, '볼넷' 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 양준혁 선수가 1위이다. 2위와도 꽤 유의미한 차이가 난다. 볼넷/타석은 직접 계산한 것인데, 김기태 코치를 제외하면 최고. 현역중에서는 단연 앞선다. 그런데 문제는 2008 시즌이다.
2008시즌 현재, 양준혁 선수의 볼넷 개수 순위는 '공동 34위', 겨우 10개이다. 볼넷/타석을 계산해보면 더욱 더 부진하다. 총 타석은 123타석, 볼넷/타석은 0.0813이다. 과거 평균인 0.145와 비교하면 56%정도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볼넷이 줄어들었을까? 최근의 중계를 봐도 특별히 투수들이 예전보다 양준혁을 덜 견제하여 적극적 승부를 펼친다든가 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여전히 그는 투수들에게 '피해가고 싶은 타자'이며 중압감을 주는 타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문제는 양준혁 선수 스스로에게 있다. 공을 고르는 능력 자체가 떨어졌다기 보다는, 다른 두 가지 요인을 짚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하체 부실', 볼넷과 그다지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하체는 중요하다. 유인구에 속아 몸이 따라나가지 않는데에 튼튼한 하체는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양준혁 선수의 하체가 부실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작년 겨울 러닝을 충실히 하지 못해 평소보다 하체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욕심'이다. 이는 아마 2000안타 이후, 3000안타라는 기록에 대한 은근한 부담, 그러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나이에 더 좋은 성적을 남겨 오래 롱런해야 한다는 부담 등의 작용일 것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결국 욕심을 불러온다. 손을 대지 않아야 할 공에도 배트가 나가는 과욕을 부리는 것이다.
얼마전 박찬호 선수가, 한 팬으로 부터 투구폼에 대한 지적을 받고는 투구폼을 고쳐 구위가 좋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내가 양준혁 선수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단순한 '욕심을 버리라' 정도가 아니다. 솔직히 나는 양준혁 선수의 3000안타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한 기대는 선수에게 목표를 주는 것이 아닌, 부담이 될 뿐이다. 그저 지금 처럼, 그의 호쾌한 모습을 야구장에서 한 해라도 더 보길 바랄 뿐이다. 실력이 조금씩 하향 곡선을 그린들 어떠리? 세월은 아무도 비껴갈 수 없지 않는가. 다만, 한 해라도 더 그를 야구장에서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지만, 부담없이, 그저 지금처럼만 팬들 곁에 있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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