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말했던 것도 같지만 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불어 드라마도 좋아하지 않는다.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표현 보다는, 시간을 내어 챙겨보기 귀찮다. 하루종일 뒹굴뒹굴 거리며 할 일 없이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음악 틀어놓고 생각없이 노닥거리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일드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갑자기는 아니고,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는 후배-나의 지인들 중 이 블로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몇몇사람은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가주길 바람-가 일드 하나를 추천하는데, 대강 살펴보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방면에서 나의 지인들 중 가장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P양에게 일드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망설임 없이 추천했던 작품. 입문자 내지는 초심자가 보기에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
키사라즈 캣츠아이 木更津キャッツアイ
'야구랑 맥주 좋아하는 놈들이 또라이짓 하는 드라마. 특이사항은 주인공이 시한부.'
라는 식의 소개를 추천과 함께 받았다. 사실 남자치고 안그런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나는 야구, 맥주, 또라이짓 이 세가지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듣자마자 '이건 무조건 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 중,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쟈니스 팬이라든지-은 나름대로 배우들 보는 맛에도 봤겠지만, 쟈니스라고 해봐야 이전까지 SMAP, V6, Kinki Kids정도밖에 몰랐던 나로서는 그런 외부요소 없이 순수하게 내용에만 몰두했다.
사실 아직 다 보진 못했다. 6편까지 봤다. 그런데도 이렇게 감상을 적는 까닭은, 1) 6편 보고 감상 적으라는 P양의 압력, 2) 다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이다. 해치우라면 단숨에 영화 두 편까지 해치워버릴 수도 있지만.. 아쉽다. 끝나버릴까봐. 드라마는 죽어라 싫어하던 내가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되다니 -_-;;;
뭐 6편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하자면.. P양이 6편보고 울었다기에 나는 끝자락 즈음 해서 슬픈게 나올줄 알았다. 그런데 긴장 풀고 있다가 초반부터 안구에 압박이 들어왔다. 오즈상이 죽었다. 그래서 나도 울었다. 미스터 초밥왕 보면서도 질질 짜는 나니까 뭐.. 우는건 익숙하다. 아쉬운건, 기억을 되찾은 듯한 오즈상이 그 포스를 간직한 채 조금 더.. 한 두회 정도 살아있었어도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뭐, 대단한 사람들은 일찍 죽기 마련이니까. 시인은 스물한 살에 죽고, 혁명가와 로큰롤러는 스물네 살에 죽는다고 했던가.. 오즈상은 오래 산편이다. 6편에서 울거라는 P양의 말과는 달리 나는 이미 5편이던가 4편에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고로 나의 감수성의 승리.
어쨌든, 키사라즈 캣츠아이를 보면서 가장 맘에 든 캐릭터는 붓상이 아니다. 붓상은 극중에서 너무 비현실적으로 멋있다. 그리고 나는 영화든 드라마든 주인공 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눈이 가고 애정이 간다. 스윙걸즈에서 모토카리아 유이카가 제일 좋았던 것 처럼. 이번에도 나의 마음에 가장 든 사람은 바로
밤비. 뭐랄까, 생긴것도 성격도 다 마음에 든다. 극중에서 나이나, 이 작품 찍을 때의 나이나 지금의 나보다는 어리다. 그런데 나보다 한 살 많다. 엄밀히 말해서 이 사람은 빠른 82. 내가 여자였어도 붓상보다는 밤비, 남자로서도 '이런 형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도 붓상 보다는 밤비. 참고로 남동생이 필요하다면 밤비보다 붓상.
근데 이 사람도 프로필 보니 뭐.. 외계인이다. 집안 빵빵하고, 게이오 대학 경제학 학사. 와세다 정도만 돼도 어떻게든 나도 비슷하다고 우겨보겠는데 게이오다. 얼굴도 준수. 아이돌. 내가 이길 수 있는건 키밖에 없다. 후럴.. 세상은 불공평하다.
뭐, 어쨌든, 나의 일드 입문은 대만족하는 작품과 함께 시작되었다. 일드 입문했다고 말하니 주변에서 추천작이 쏟아진다. 일일이 다 기억도 못하겠다. 일단 모토카리아 유이카 양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미가 없는 꽃집을 볼까 생각 중이긴 하지만.. 시험기간인데다, 시험 끝나자 마자 합숙 연수에 인턴 출근이 이어지는데, 과연 볼 수 있으련지 모르겠다. 키사라즈 캣츠아이도 다 보지 않고 두어 편 남겨 뒀다가 시험 공부 하다가 힘들 때 현실 도피용으로 봐야겠다.
결론 : 키사라즈 캣츠아이 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 재밌다!!!!!!
P.S 1) 성의 없이 적어서 미안해 P양. 예전-워터드랍스온버닝락 봤을때-만큼 성의있게 못적겠다. 우리도 늙었잖아. ㅎㅎㅎ.
P.S 2)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3&dir_id=30401&eid=AXHEykwsH5BNhvDYHh0kBuvailZWyJjl&qb=u+fE7bbzwMy87g==&pid=fZHBwwoQsClsscjwIAKsss--004588&sid=SE5arQ5DTkgAAGAESqk => 난 절대 이렇게 되지 않을 것임
P.S 3) 언급했던 호감 갖고 있는 후배..가 알고보니 ARASHI 팬이었다. 싱글 빼고는 CD도 다 갖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사쿠라이 쇼가 좋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뭔가 공통점 공유해서 럭키. 하지만 만에 하나, 이 포스트를 그 후배가 본다면 난 아마도 산속으로 들어갈 것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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